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금준준 2019. 11. 2. 10:31

본가

 

 

 

 

오랜만에 본가를 왔다

본가는 언제 와도 항상 편하고 익숙해서 내가 떠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잠시 여행을 갔다 돌아온 기분이 든다

그런데 오늘 샤워를 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물 온도가 내가 집을 떠나 있다는 실감에 들게 했다

기숙사에서는 왼쪽으로 어느 정도 돌려야 적당한 온도의 물이 나오는데 본가는 정가운데에서 살짝만 틀어져야 그 온도의 물이 나온다

그 온도를 맞추기 위해서 한참을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을 맞고 있던 내가 너무도 명백히 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

기숙사에선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이미 몸은 그곳에 익숙해져 있고 집에 오면 아무리 편하더라도 바뀐 잠자리에 늦게 까지 잠을 못 든다는 게 아이러니하다

오랜만에 본 고양이는 날 반기면서도 내가 본가에 있을 때처럼 옆에 누워서 자주 지는 않는다

하지만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이 아닌 발치에 걸터져 자는 모습이 딱 본가와 나의 거리인 것 같다

어디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조금은 억울해진다

고량주를 마셔야겠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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